나와 4월

 

1년의 초반과 중반 사이에 있는 4월은 변덕스럽다. 어떤 날은 봄처럼 따스하기도 하고, 또 어떤 날은 겨울처럼 스산하기도 하다. 겨울 내내 입었던 두꺼운 옷들을 차마 장롱에 넣지도 못한 채 봄 옷을 꺼내게 되는 날씨다. 벚꽃이 빠르게 피어나기도 하며 다시 빠르게 지는 달이다. 하늘이 뿌옇게 보일정도로 미세먼지가 가득찬 하루를 보내기도, 맑은 하늘 아래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. 또 한 해를 잘 마무리 짓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달이기도 하다. 한 학기를 마무리 하기 위한 중간고사와 과제가 있고, 작년 겨울 열심히 계획했던 연간 목표를 어느정도 이뤄가는 시기이다.

 

인생을 열 두 달이라고 비유할 때, 나는 지금 4월 중순에 머무르고 있다. 학생이자 어른인 스물 세 살, 인생의 봄을 맞이하려 하는 나는 4월의 날씨처럼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. 취업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무언가를 준비하려 한없이 열정적인 하루를 보낼 때도 있고, 남들보다 뒤쳐진 것 같다는 걱정에 우울한 날을 보내기도 한다. 문득 고등학생 때 내가 상상했던 스물이 넘은 나의 모습을 더듬어보게 된다. 확실한 목표가 있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여유가 생긴 나이, 고등학생 때 내가 생각했던 스물 셋은 완전한 어른이었다. 하지만 지금 스물 셋이 된 나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도 졸업이 다가온 4학년도 아니다. 그저 다가올 중간고사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 지난 학생때와 다름이 없다. 고등학생인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실망할까 괜한 고민이 하나 늘었다.

 

하지만 낙담할 필요없다. 4월은 한 해를 마무리 하기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. 유독 느리게 찾아오는 올 봄은 나에게 늦지 않았다는 위로를 건넨다. 올 해 4월은 아직 꽃샘추위와 내리는 봄비로 인해 쓸쓸한 달이다. 나에게 꽃샘추위와 봄비처럼 다가오는 크고 작은 고민들도 모두 봄으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.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.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4월을 보내는 중인 나는 다가올 인생의 봄을 준비한다.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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